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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은 나의 생활에 타인의 욕망이 침범하는 사적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타인의 광고, 타인의 요청, 답을 찾는 질문등이 오겠죠. 어쩌면, 그보다 덜 중요한 영수증이나 결제내역, 인증번호가 올지도 모르구요.

이러나저러나 나의 메일함에는 소중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소중한 메일이라면, 메일이 아닌 노트의 형태로 보관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나의 메일함은 언제나 텅 비어있습니다. 내가 내 손으로 행했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결제내역은 나의 메일함에 도착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언제 가입한지도 모르는 웹 서비스와 메일링 리스트는 모두 구독해지하고 회원탈퇴를 합니다.

나의 메일함이 온전히 비워진 모습을 보면 생각이 명료해집니다. 적어도 메일함을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카카오톡이나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에서 대부분의 대화를 처리하는 흐름 속에서 나의 메시지 함에 남은 것들은 8할이 인증번호, 스팸 문자, 결제이력 등이었습니다.

이메일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메시지함에 그다지 남아있지 않았다는 생각에, 거의 항상 메시지함은 비워놓습니다. 소중한 말들은 이따금 다른 곳에 옮겨 적구요.

SNS의 피드를 위 아래로 잡아당기는 일은 때때로 슬롯머신을 돌리는 행위를 연상시킵니다. 저는 언제까지 새로운 정보를 흡수해야 하는 걸까요? '좋아요'로 정량화된 관심은 충족될 수 있는 걸까요? 너무나 재밌는 SNS이지만, 너무나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 하나의 은행앱, 단 하나의 보험사, 단 하나의 증권앱, 단 하나의 간편결제, 단 하나의 카드앱으로 금융 생활을 통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회사의 카드를 여러 종류 가지고 있다면 분명 조금 더 적립할 수 있는 포인트나 혜택은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저의 집중력과 시간들이 조금은 분산된다고 느꼈거든요.

어쩌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단순한 형태로 줄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지금은 지금대로 최선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알림 기능은 저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저를 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정말 사적인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정말로 중요한 몇 가지의 앱의 최소한의 알림만을 허용하며, 모든 앱이 '알림이 몇 개 남았다'며 앱 아이콘에 뱃지를 띄우지 못하게 설정해두고 있습니다.